순정일상논고 (...ing)

 

01

 

3학년 1학기를 거의 마치고 글을 쓴다. 이 블로그 유기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버리진 않았다... 시험이 이번주 토요일에 하나 있고 과제 제출이 다음주 화요일에 하나 있다. 이번 학기 정말 열심히 달렸음. 그리고 이번 학기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 달 차이로 돌아가셨는데 그걸 구실로 성적을 잘 못 받았다는 말을 내뱉고 싶지 않았다. 프로이트였나, 더 이상 표출할 감정이 없을 때까지 온전히 감정을 해소해 내야 그 대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과제를 하면서 계속 울고 발산했다. 혼자 산다는 것의 이점 중 하나가 이거였다.

 

할아버지는 4월 중순에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5월 말인 할아버지의 49제 다음날 돌아가셨다. 슬픔의 크기를 비교한다면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는 마지막 인사도 못 드렸고 말 그대로 허망하게 돌아가셨다. 몇 달 간 내 모든 행동이 연쇄적으로 떠올랐고 그대로 후회했다. 하지만 얼마 안 남은 할머니와는 잘 마무리하라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으로 생각해서 학기 중에 틈틈이 시간을 내 할머니를 보러 갔다. 덕분에 할아버지 49제 때 요양병원에 방문해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 할머니 이제 아프지 말자고 말했는데 그러니까 죽지 말라고 말하는 내가 너무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날 서울에 돌아와서 알바를 하던 도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다시 공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고 늦은 밤에 공주에 도착했다. 고모께 우리 너무 자주 본다고 농담을 던졌다. 예견된 죽음은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7월에는 할머니 49제가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같은 납골당 칸 안에 있다. 할아버지 옆의 빈자리가 언제 채워질지 생각한 게 벌써 몇 달 전이다. 사후 세계를 믿지 않지만 그 혼은 온전히 남아있다고 믿기에 두 분 다 잘 지내면 좋겠다. 유품 정리 때 할아버지는 사진과 양말 한 켤레, 할머니는 모자와 자주 입던 옷 하나를 가지고 왔다. 이걸 보고 입을 때마다 마음이 더 안 좋아진다. 그래도 아마 난 이걸 평생 버리지 못 할 것 같다. 

 

 

 

02


제목이 순정일상논고인 이유는 웹툰 순정철학논고에 빠졌기 때문에... 난 철학이 너무나 좋다. 결국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학문이라는 사실이. 이 웹툰은 철학자 모에화 기반이기에 더 재밌게 보고 있다. 칸트랑 데카르트가 생각보다 귀엽게 나와서 웃으면서 봄. 특히 칸트가 좀 말랑말랑하게 연출되는데 바그너한테 눈 동그랗게 뜨고 도덕성 얘기할 때 눈물 줄줄... 나보다 몇백년 일찍 태어난 사람들한테 과몰입하기. 아무튼 웹툰에서만 보면 칸트랑 라이프니츠가 좋음. 인간미가 제일 잘 느껴짐.

 

 

 

03

 

쓸 말이 사실 잘 없다. 수업 얘기 정도...? 이번 학기 복학한거라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떻게든 해냈다. 특히나 전공이 다 좋은 교수님이셨다. 3D디자인, 사회문화적디자인스튜디오, 한국디자인사, 한국근현대작가론 모~두. 전공을 이렇게 보람차고 재밌게 들어본 건 거의 처음인 듯하다. 특히 3D교수님 수업을 또 듣고 싶은데 우리 학교는 3D디자인-2 수업이 없다... (쿠궁) 그래서 피지컬워크숍-2 수업을 하신다면 최대한 들으려 한다. 아 다른 교양도 물론 좋았다. 

 

 

 

04

 

어제 하이큐 쓰결전 극장판 봤다. 학기 중에 헌혈했다가 받은 영화 관람권있어서 잊기 전에 사용했다. 근데 롯데세네마에서는 더 이상 상영하는 곳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홍대에서는 하길래 보고 왔다. 자세한 후기는 안 풀 것이다. 재밌는데 약간 견디기 어려운 구간이 조금씩 있음. 하지만 본 걸 후회하진 않는다. 일상과 배구가 뒤섞인 서사와 연출을 보는 게 즐거웠다. 다음 극장판도 기대중...

 

 

 

05

 

하 왜 이렇게 글 쓰는 게 힘들지 나중에 이어서 써야겠다. 일단 이번주 싸강 공부부터 할 것이다. 조금 여유로워졌으니 더 꼼꼼히 준비해야지...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