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이의 노트

 

아주 달콤하고 너무 지독했던 그런 꿈을 꿨던 것 같다. 너를 처음 봤던 그때부터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잠깐의 시간들이 내게는 너무 눈이 부셨으니까. 너한테는 항상 빛이 났었다. 하지만 내 눈에만 보이길 바랐던 그 빛이 곧 다른 이들의 눈에도 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어둠 속에 있을 땐 알 수 없었던 내 추한 그림자의 존재도 그때쯤에 알게 되었다. 그것은 빛에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짙어지고 끈덕지게 붙어와서 나는 다시 어둠 속에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네가 상처받을 거란 걸 알면서도, 네 말대로 나는 겁쟁이였으니까. 너라면 날 이해하진 못해도 끝까지 내 옆에 있어줄 거란 걸 알아서 그게 너무 무서웠다. 과한 욕심과 집착은 결국 너를 아프게 할 거라는 걸 나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좋아하는 걸 포기하는 건 내겐 너무 익숙한 일이라 언제나처럼 금방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저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라고 난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데 끝없이 밀려오는 자기혐오와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 공허, 상실과 결핍, 빛에 대한 갈망 속에서 이미 네 따뜻함에 기대어버린 나는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차라리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후회는 없다. 너와 있었던 그 짧은 시간이 내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었으니까. 나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함께해 줘서 고마웠어.

 

있잖아, 소망아.

가장 아름다웠어야 시기를 슬픈 기억으로 만들어서 미안해.

너는 있는 힘껏 살다가 오면 좋겠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