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에게(Moonlit Winter, 2019)
쥰에게 잘 지내니? 네 편지를 받자마자 너한테 답장을 쓰는 거야. 나는 너처럼 글재주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먼저, 멀리서라도 아버님의 명복을 빌게. 나는 네 편지가 부담스럽지 않았어. 나 역시 가끔 네 생각이 났고, 네 소식이 궁금했어. 너와 만났던 시절에 나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어. 그렇게 충만했던 시절은 또 오지 못할 거야. 모든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전 일이 돼버렸네? 그때, 너한테 헤어지자고 했던 내 말은 진심이었어. 부모님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가 병에 걸린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억지로 정신병원에 다녀야 했으니까. 결국 나는 오빠가 소개해주는 남자를 만나 일찍 결혼했어. 이 편지에 불행했던 과거를 빌미로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아. 모두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 ..